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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리아 약으로 노벨상을 받은 투유유(Tu Youyou) 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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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자

    2016-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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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7

말라리아 약으로 노벨상을 받은 투유유(Tu Youyou) 여사




서 민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기생충학교실

 

bbbenji@naver.com

 


 

1. 서론 

 

  2015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는 일본의 오무라(Satoshi Omura), 아일랜드계 미국인인 캠벨(David Cambell), 그리고 중국의 투유유 여사에게 돌아갔다. 앞의 두 분이 아이벅멕틴 (Ivermectin)이란 약을 만들어 사람에게 실명을 일으키는 회선사상충(Onchocerca volvulus)의 감염률을 현저히 떨어뜨린 공로를 세웠다면, 투유유 여사는 약이 없어 쩔쩔매던 말라리아 치료에 전기를 마련해 준 아르테미시닌(Artemisinin)을 만든 게 상을 탄 이유다. 두 약 모두 나름의 의미가 있지만, 기생충학자의 판단으로는 아르테미시닌의 발견이 훨씬 큰 업적이다. 회선사상충이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남쪽에 국한된 기생충인 반면, 말라리아는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며, 해마다 3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무서운 질환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기생충학계에서 노벨의학상을 탄 연구는 모두 말라리아가 주요 타깃이었다. 프랑스의 라브랑(Charles LA Laveran)은 사람의 혈액에서 말라리아 병원체를 최초로 발견한 공로로 노벨상을 탔으며 (그림 1), 영국인인 로스(Ronald Ross)는 엉덩이를 들고 피를 빠는 얼룩날개모기(Anopheles sp.)가 말라리아를 전파한다는 것을 밝힘으로써 노벨상 수상대에 설 수 있었다. 기생충학자는 아니지만 폴 뮐러(Paul Müller, 스위스)는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살충제였던 DDT를 만들었는데, 그가 1948년 노벨상을 탄 이유는 DDT가 모기의 개체수를 크게 줄였고, 그 바람에 말라리아 사망자수가 감소했기 때문이었다. 사정이 이러니 투유유 여사가 노벨상을 탄 것도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

 

 

 2. 말라리아와의 전쟁


1) 클로로퀸의 시대

 

  말라리아 약이 없던 시절,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인류는 드디어 이에 맞설 방법을 찾아냈다. 사람 몸안으로 들어온 말라리아는 적혈구 안으로 들어간 뒤 헤모글로빈을 먹으며 산다. 말라리아에 대한 인류의 저항은 헤모글로빈에 돌연변이를 만드는 것이었다. 즉, 글루타민을 만들어야 하는 유전자가 갑자기 발린을 만들게 되는데, 그렇게 되자 원래 도너스처럼 생긴 적혈구가 낫모양으로 바뀌었고 이 적혈구는 말라리아의 생존율을 떨어뜨렸다.

 


 

그림 1. 말라리아 병원체 (화살표)

 

 

  물론 모든 적혈구가 이렇게 생겼다면 적혈구가 산소를 운반하지 못해 사람이 살 수 없겠지만, 사람의 염색체는 마주보는 두 쌍으로 존재하며, 한 쪽 염색체에 돌연변이가 생겼다고 해도 맞은편 염색체의 유전자가 정상이면 어느 정도 만회가 가능해진다. 즉, 낫모양적혈구와 정상 적혈구가 모두 혈액속에 나타나게 되는데, 그래서 산소운반은 정상 적혈구가 담당하고 낫모양적혈구는 말라리아가 처리하는 역할분담이 이루어진다. 아프리카와 남아시아, 중동 등 말라리아가 창궐하는 지역에는 낫모양적혈구빈혈증(Sickle Cell Anemia)이 유행하게 됐다. 

 

  하지만 이 방법이 해결책이 될 수 없었다. 적혈구의 절반 정도가 낫모양이다 보니 심장에 부담이 돼 서른 정도까지 사는 게 고작이었다. 적혈구가 낫모양이 아니면 말라리아 때문에 어릴 적에 죽고, 낫모양이면 서른에 죽으니 이게 무슨 해결책인가? 답답하기는 서구 열강들도 마찬가지였다. 무궁무진한 자원을 가진 아프리카를 침략해 식민지로 삼으려는데 군대를 보내봤자 말라리아로 전멸했으니 말이다. 해답은 남미의 안데스산맥에서 나왔다. 그 지역 주민들은 열이 나거나 오한을 느낄 때 민간요법으로 기나나무(Cinchona) 껍질을 사용했는데, 그 성분 중 하나인 퀴닌(Quinine)이 말라리아에 특효약이었다. 말라리아는 주식인 헤모글로빈을 소화하고 난 뒤 그 찌꺼기를 잘 포장해서 버리는데, 퀴닌은 찌꺼기 포장을 못하게 방해하고 찌꺼기에서 나오는 산소 유리기가 말라리아에 치명적이었다. 하지만 퀴닌에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어서, 이 약을 복용한 뒤 이명과 청력소실, 두통, 구토, 시력이상 등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심지어 퀴닌 치료를 받은 사람이 검은 색깔의 소변을 보다가 죽음에 이르는 일도 있었는데, ‘흑수열(Blackwater Fever)'로 불린 이 현상은 퀴닌으로 말라리아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적혈구들이 깨져 소변으로 나오면서 소변이 까맣게 된 것이었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해서 약으로 나온 것이 바로 클로로퀸으로, 이 약은 치료율은 높은데다 부작용도 심하지 않아 치료제로는 물론이고 예방약으로도 널리 쓰였다. 이제 말라리아는 정복되겠거니 했지만, 세상은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말라리아에 pfmdr1이란 돌연변이 유전자가 나타난 것. 여기서 만들어지는 단백질이 클로로퀸을 씹어서 뱉어 버림으로써 약이 듣지 않게 된 것. 이런 돌연변이는 점차 확산됐고, 결국 1980년대에는 많은 나라에서 클로로퀸이 거의 듣지 않을 지경이 됐다메플로퀸(Mefloquine)을 비롯해 퀴닌을 변형한 다른 약들이 등장했지만 부작용이 심한데다 말라리아는 이들 약에 대해 너무도 쉽게 저항성을 발현해 버렸다.

 

 

  

2) 아르테미니신의 의의

 

  말라리아에 대해 쓸 약이 없어지자 웬만큼 사는 나라들은 새로운 말라리아 약을 개발하려 애쓴다. 퀴닌과 기나나무를 둘러싼 신경전이 오직 침략을 위한 것이었다면 이 시기의 약 개발은 그래도 인도적인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급한 사람이 불을 끄게 마련, 말라리아 신약은 예상을 깨고 중국에서 나왔다. 베트남과 미국의 갈등이 고조되던 1960년대, 중국의 총리인 주은래는 같은 공산당인 북베트남 지도자 호치민과 두 나라 모두에서 골치덩이인 말라리아 약을 개발해 보자고 약속한다. 그 뒤 총리가 된 마오쩌뚱은 아예 프로젝트 523’이라는 태스크포스 팀을 꾸린 뒤 말라리아 치료약을 만들라고 과학자들을 닦달한다. 뭔가를 만들어야 집에 갈 수 있는 상황이었으니 다들 열심히 신약개발에 열중하는데, 새로운 약도 합성해 보고, 과거에 쓰던 전통의학도 뒤지던 중 개똥쑥에 관한 기록을 발견한다 (그림 2).

 


 

 

그림 2. A Handbook of Prescriptions for Emergencies by Ge Hong (284–46 CE). (참고문헌 6에서 발췌)

(a) 명나라 시대 버전 (1574 CE)

(b) “개똥쑥을 물 2리터에 담그고 즙을 추출한 뒤 마시라는 내용. 오른쪽에서부터 다섯째줄.

 

  전통의서에 의하면 중국은 2천 년 전부터 병을 치료하는 데 개똥쑥(Artemesia annua)이란 식물을 썼다. 특히 AD 340년의 기록을 보면 개똥숙이 열병을 치료하는 데 쓰였다고 나와 있고, 그 후 여러 기록에 학질을 치료하는 데 썼다는 구절이 나온다. 연구팀은 유레카를 외쳤고, 곧 개똥쑥을 가져다가 말라리아에 듣는지 시험해 본다. 하지만 연구팀은 이 과정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과거 의서에는 신선한 개똥쑥을 물에다 담근 뒤 쥐어짜서 거기서 나온 즙을 쓰라고 했는데, 연구팀은 바싹 마른 개똥쑥 잎을 쓴데다 열까지 가했으니 가뜩이나 열에 약한 아르테미시닌이 남아 있을 리가 없었다. 그 바람에 새로운 약의 탄생은 등장은 5년 늦어졌다.

 


 

 그림 3. Arteminisin의 구조 (참고문헌 6에서 발췌)

  

  1972, 과학자들은 의서를 다시 꼼꼼히 읽고 그 방법대로 아르테미시닌을 추출해 낸다 (그림 2). 그때는 미국과 베트남이 전쟁을 벌이고 있었기에, 이 약을 시험해볼 대상도 충분했다. 베트남의 정글에는 클로로퀸에 내성을 가진 말라리아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고 그로 인해 많은 이들이 죽어가고 있었으니까. 아르테미시닌의 위력은 과연 대단했다. 퀴닌을 모델로 해서 만든 약이 아니었기에 말라리아는 이렇다할 저항도 해보지 못한 채 죽어갔다. 이 약의 좋은 점은 클로로퀸은 하지 못했던, 다른 환자에게 전파되는 단계까지 죽여버렸다는 점이었다. 이 약 덕분에 말라리아로 죽는 병사의 수는 현격하게 줄어들었다. 효과를 확인한 중국은 자기 나라 환자들에게도 이 약을 사용했다. 그 결과 1980년에서 1990년 사이 중국의 말라리아는 거의 박멸 단계에 이르렀다. 문제는 이 좋은 약이 중국 정부에 의해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는 것. 이건 공산주의 국가의 한계이긴 하지만, 여기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미리 서방세계에 알렸다면 말라리아로 죽는 환자의 수를 대폭 줄일 수 있었겠지만, 지나친 남용으로 인해 이 약에 저항성을 띄는 말라리아가 그만큼 더 빨리 나왔을 테고 그랬다면 지금 당장 쓸 약이 없는 상황을 맞을 뻔했다. 실제로 클로로퀸에 대해 말라리아가 저항성을 갖게 된 건 지나친 남용이었다. 1994, 이 약의 존재를 알게 된 세계적 제약회사 노바티스 사는 아르테미시닌에 관한 권리를 중국으로부터 사들였고, 여러 실험을 거친 끝에 1999년 세계 시장에 내놓았다. 2006년 세계보건기구는 클로로퀸 대신 아르테미시닌을 악성말라리아에서 우선적으로 써야 할 약으로 규정했다. 그 결과 300만에 달하던 말라리아 연간 사망자 수가 60만명으로 줄어들 수 있었고, 이로 인해 투유유 여사는 노벨의학상을 수상할 수 있었다. 참고로 세계보건기구는 과거 남용으로 인해 내성말라리아가 등장한 사례를 고려해서 아르테미시닌을 반드시 다른 약과 같이 쓰라고 권하고 있다 (ACT, Arteminisin-Based Combination Treatment).

  

 

  

 

그림 4. 프로젝트 523 팀의 모습. 1981, 두 번째줄 왼쪽에서 네 번째가 투유유 여사 (참고문헌 6에서 발췌)

 

 

3. 진정한 해결책은 백신

 

  좋은 약이 나오긴 했지만, 걱정은 남는다. 아르테미시닌에 대해 저항성을 가진 말라리아가 나타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새로운 약의 개발은 정말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가? 세계보건기구(WHO)가 백신에 눈을 돌린 건 당연한 선택이었다. 말라리아에 걸린 후 약을 쓰는 것보다는 아예 걸리지 않게 하는 것이야말로 박멸의 지름길이니 말이다. 하지만 말라리아에 대한 백신은 만들어 낼 수만 있다면 노벨의학상은 따 놓은 당상이라고 할 정도로 어려운 작업이다. 왜 그런지 한번 보자. 말라리아는 스포로조이트 형태로 우리 몸에 들어오자마자 40분 안에 간세포로 숨는다. 40분은 면역계가 항체를 만들기에는 턱없이 짧은 시간이고, 그로부터 열흘간 간세포 안에 있으니 항체를 만들 수가 없다. 말라리아가 혈관으로 몰려나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다들 적혈구 하나씩을 선택해 그 안으로 숨어 버리니 면역세포가 감지를 할 수 있겠는가? 그 후에도 말라리아는 마치 면역계를 놀리듯 적혈구를 터뜨리고 나왔다가 다시 다른 적혈구 안으로 숨고, 또 터뜨리고 나오기를 반복한다.

 

  그래도 백신연구를 시작할 무렵에는 연구자들이 어느 정도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모기의 침샘에서 나와 사람으로 들어가는 단계를 스포로조이트라고 한다. 이 스포로조이트를 구한 뒤 방사선을 쪼여 병원성을 없앤 뒤 사람에게 넣어주면 이 단백질에 대한 면역이 생길 것이다. 자원자들을 불러다 이 방법으로 면역이 생기게 한 뒤, 실험실에서 기른 말라리아를 가진 모기에게 물리게 했다. 그랬더니 참여자의 90%가 말라리아에 걸리지 않았다. 두 번째로, 말라리아 유행지에 살면서 수차례 말라리아에 걸린 사람들은 나중에 다른 사람에 비해 말라리아에 덜 걸렸다. 물론 유행지역을 벗어나니 이 면역성이 급속히 사라졌지만 말이다. 세 번째, 말라리아에 대한 항체를 만들어서 말라리아에 한 번도 안 걸린 사람에게 넣어 줬더니 말라리아에 안 걸렸다. 지속기간이 짧긴 했지만 이게 1967년의 일이었으니 30년 안에는 제대로 된 백신을 만들 수 있으리란 희망을 가질 법도 했다.

 


 

 그림 5. 인체 내 말라리아의 복잡한 생활사.

말라리아는 모기에 물릴 때 Sporozoite가 들어와 감염되며 (맨 아래쪽),

들어온 지 30분도 안돼 간으로 가서 증식한 뒤 충분한 숫자가 됐을 때 혈액으로 나와 적혈구 안으로 들어간다. (출처: 위키백과)

 

 말라리아 백신은 어떤 단백질을 목표로 하느냐에 따라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다. 1) 말라리아가 우리 몸에 들어와서 적혈구를 침범하기 이전 단계에서 차단하려는 백신. 원래 시나리오는 모기가 스포로조이트를 집어넣으면 항체들이 우르르 달라붙어 감염을 차단하거나, 운좋게 간으로 도망가는 데 성공해도 간세포 내에서 증식을 못하게 하거나 감염된 간세포를 죽여버린다. 만들 수만 있다면 이상적이라 할 수 있는데, 여행자가 이런 백신을 접종받는다면 유행지에서 아무리 물려도 말라리아에 안 걸릴 수 있다. 2) 적혈구 단계에서 작동되는 백신. 간세포에서 나와 적혈구에 침입하려는 단계-이걸 메로조이트(Merozoite)라고 한다-에 항체가 들러붙어 메로조이트를 죽이거나 감염된 적혈구를 타격해서 죽여 버리는 방법을 말하는데, 이 백신은 여행객보다는 유행지 사람들이 접종받는다면 병을 덜 앓을 수 있다. 3) 마지막으로 말라리아가 모기에 전파되는 단계에 작용하는 백신이 있다. 사람 몸에 들어온 말라리아는 분열증식을 거듭하면서 적혈구를 파괴하지만, 괴롭힐 만큼 괴롭혔다 싶으면 생식세포로 변해 모기한테 건너가 새로운 감염자를 물색한다. 그러니까 생식세포를 목표로 하는 백신은 감염자에게 증상을 덜 일으키기보다는 새로운 감염자가 생기지 못하게 막는, 이타적인 백신이다. 이것들 이외에도 1967년에 그랬던 것처럼 방사선을 쪼인 스포로조이트로 백신을 만들어 보려는 시도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고, 말라리아가 내는 독성물질에 대한 백신을 시도되기도 한다.

 

  이 중에서도 가장 많이 연구된 것은 스포로조이트 표면 단백질-이걸 전문용어로 CSP(Circumsporozoite Protein)라 한다-을 대상으로 한 백신이다. 아무래도 들어오는 단계에서 작용하면 보다 효과적으로 감염을 막을 수 있을 테니까. 대표적인 것이 RTS,S라는 백신. GSK라는 다국적 회사는 열대열원충 스포로조이트의 CSP 중 일부를 가져다 B형 간염바이러스와 융합시킨 뒤 효모에서 단백질로 발현시켰고, 여기에 RTS,S라는 이름을 붙였다. 빌 게이츠 등이 사재를 털어 연구비를 댄 결과물이라 더 관심을 받은 이 백신이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은 이제야 제대로 된 백신이 등장했다고 생각했다. 이 백신을 가지고 임상시험을 한 결과 7명의 자원자 중 6명에서 말라리아 감염을 예방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나온 백신 중 가장 성공적인 결과였지만, 여기서 기뻐하긴 일렀다. 1차 시험을 성공한다 해도 좀 더 많은 인원을 대상으로 한 2, 3, 그리고 4차 시험까지 통과돼야 제품으로 출시가 가능하니까. 말라리아 유행지인 잠비아에서 시행한 2차 시험은 대부분의 백신연구가 그렇듯,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백신을 주사한 뒤 처음 9주 동안에는 말라리아 차단률이 70%를 유지했지만, 그 후 백신의 효과가 빠르게 감소해 버렸으니 말이다. 그 다음 이어진 3차 시험은 더 절망스러웠다. 모잠비크라는 나라에서 아이들 2천명을 대상으로 한 백신접종은 1살 미만의 경우 30%의 효과밖에 보이지 못했고, 4세 이상에서는 16%로 효과가 있다고 말하기가 낯 뜨거울 정도였다. 또한 4번이나 접종을 해야 효과가 있는데,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4번이나 접종을 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모르겠다. 그나마 이 백신이 성적이 좋은 축에 속하니 백신이 제품으로 출시돼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제공될 날은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RTS,S20157 모스퀴릭스(Mosquirix)란 이름으로 출시됐고, 유럽의약청으로부터 승인권고를 획득한 상태다. WHO는 유효성이 부족하다며 임상시험이 좀 더 필요하다는 권고안을 내놓은 바 있다.

 

 

4. 살충제 처리 모기장 (Insecticide Treated Bed Nets, ITN) 


  약도 마땅한 게 없고 모기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고 백신도 아직 멀었다면, 남은 것은 모기장뿐이다. 사실 좀 없어 보인다 뿐이지 모기장에서 자는 것만큼 확실한 예방책이 어디 있겠는가? 대부분의 모기가 밤에 무는 걸 감안하면 잘 때만 모기장을 이용하면 된다. 게다가 이 모기장이 보통 모기장이 아니라 살충제를 뿌린 모기장이라 모기가 붙기만 하면 바로 죽어 버린단다. 단점은 살충제의 지속기간 때문에 1년 정도 쓰면 갈아야 한다는 건데, 최근에는 살충제 효과가 좀 더 오래 가는 장기형 모기장도 나왔다고 한다.

 

  모기장은 말라리아 감염을 얼마나 감소시킬까? 잠비아에서 시험해본 결과 아이들의 사망률을 60% 가량 감소시켰다고 한다. 그래서 많은 나라들이 모기장을 말라리아에 맞서는 전략으로 쓰고 있는데, 정말 안타까운 것은 실제로 모기장을 쓰는 사람의 비율은 절망적일만큼 낮다는 사실이다. ? 모기장의 가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말라리아를 없애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뼈저리게 다가온다. 후원을 받아서 이 모기장을 산 뒤 유행지 사람들에게 공짜로 나눠주는 게 이상적이지만 아직까지 후원이 수요를 감당하긴 어려운 것 같다. 참고로 이 모기장은 살충 효과가 있기 때문에 마을 주민들이 다 이 모기장을 쓴다면 몇 명이 안써도 말라리아에 걸리지 않을 수가 있으니, 보다 많은 이들에게 이 모기장이 공급된다면 말라리아 감염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좀 사는 나라들에선 모기장 보내기 운동이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프로농구(NBA)에서 뛰는 스테판 커리(Stephen Curry)라는 농구선수가 있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워즈(Golden State Warriors)라는 팀에서 뛰는 커리는 3점슛이 주무기인 선수인데, 3점슛 한 개를 성공시킬 때마다 모기장 3개씩을 후원하고 있다. 좋은 일을 해서 그런지 커리의 성적은 나날이 좋아져 3년 전 272개로 신기록을 세운 데 이어 작년에는 286개라는, 앞으로 깨지기 힘들 정도의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커리 덕분에 이 운동이 사람들에게 알려져 많은 사람이 모기장 보내기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 바로 선진국이지만, 우리나라는 모기장 보내기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의 숫자가 아주 적고 스타들의 참여도 미미한 수준이다. 우리나라가 타인의 아픔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또 말라리아 백신연구 등에도 기꺼이 참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5.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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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Zumla. Manson’s Tropical Diseases. Saunders. pp1238-1275.

2. Flannery, E. L., Chatterjee, A. K., Winzeler, E. A. (2013) Anti(반대슬러시)-malarial Drug Discovery: Approaches and Prog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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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빌리 우드워드 외 저, 김소정 옮김. (2011) 미친 연구, 위대한 발견. 푸른지식.

7. 박성웅, 서민, 정준호 등. <기생 : 생명진화의 숨은 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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