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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개연구 대상으로서의 신경교종

  • 작성자

    박철기(서울대학교)
  • 작성일자

    2021-06-17
  • 조회수

    1735

중개연구 대상으로서의 신경교종

 


 

박철기

서울대학교병원 신경외과

nsckpark@snu.ac.kr


 뇌종양은 WHO classification에 공식적으로 등재된 진단명만으로도 100여종이 넘는 복잡한 분류체계를 가지는 종양이다1. 그러나 발생빈도로 보면 뇌수막종(meningioma), 뇌하수체선종(pituitary adenoma), 신경교종(glioma), 신경초종(schwannoma)의 4가지의 대분류가 뇌종양의 대부분을 차지한다2. 그 중 신경교종은, 뇌 주변에서 발생하며 양성인 다른 3가지의 종양에 반해, 뇌조직 안에서 발생하며 악성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신경교종 중 난치병으로 가장 악명높은 교모세포종(glioblastoma)은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진단명이다. 신경교종은 우리나라에서 연간 1600여명이 새로 발생하는데, 그 중 교모세포종은 약 600여명 정도가 진단이 되는 비교적 드문 종양이다3. 재미있는 것은 다른 뇌종양은 미국과 한국의 발생률의 차이가 거의 없는데, 신경교종은 미국이 한국에 비해 3배 이상 많은 발생빈도를 보이고 있다4.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동양인에서 신경교종에 대한 대규모 GWAS study가 이루어지지 않아 그 이유는 아직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아마도 유전적인 소인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도 역시 신경교종은 희귀암으로 분류되는 편이지만 암을 연구하는 연구자 입장에서는 발생빈도에 비해 많은 관심 속에 활발히 연구되는 암종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교모세포종은 The Cancer Genome Atlas(TCGA) project의 pilot study 대상이었고, 성공적인 유전체 profiling 결과를 바탕으로 WHO classification에 유전자 진단명이 공식적으로 적용된 최초의 암종이며, 암줄기세포 이론이 실증된 최초의 고형암이기도 하였다5-7. 또한 미국의 여러 유명인사들이 교모세포종으로 투병을 하면서 사회적으로도 관심의 초점이 되었고, 대표적인 난치암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많은 연구비가 투자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신경교종이 이렇게 각광을 받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필자가 신경외과 전공의를 하던 1990년대 후반 까지만 하더라도 기초 연구에 대한 무관심은 물론 임상적으로도 극히 불량한 예후 때문에 수술 자체의 무용론이 득세했으며, 효과적인 항암치료가 없을뿐더러 고식적 방사선치료로 수개월의 생명연장을 기대하는 수준에 그쳐 있었다. 이러한 비관적인 상황을 반전시킨 것은 앞서 기술한 여러 기초 연구 결과와 함께 2005년에 발표되어 현재까지도 교모세포종의 표준치료로 자리잡고 있는 수술 후 temozolomide를 이용한 방사선항암복합요법 임상시험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8. 신경종양학의 대표학회인 미국의 Society for Neuro-Oncology가 올해 20주년을 맞았으니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다른 cancer research 분야에 비하면 신경종양학은 아직까지도 신생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신경교종이 관심을 막 끌기 시작할 무렵인 2006년에 서울대학교병원에 임상교수로 임용되어 현재까지 15년 동안 신경교종에 집중하여 임상 진료 및 중개 연구를 해오고 있다.


임상의로서 관심있는 질병의 임상적인 궁금증을 해결을 위해 하는 기초연구는 자연스럽게 중개연구의 범주에 속하기 쉬운데, 특히 뇌종양 수술을 하는 외과의사는 환자의 임상증상, 영상의학적 검사결과, 종양의 육안소견, 조직학적 특성 등 진단 및 치료의 전 과정을 경험하면서 종양 조직을 확보하여 다양한 목적의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 (그림). 중개연구는 이러한 각 단계에서 얻어진 데이터를 잘 조합하고 연관을 지어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의 경우 운 좋게도 좋은 환경에서 장기간 신경교종 한 분야에 집중하면서 많은 데이터와 샘플을 축적할 수 있었다.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있어서 임상시험은 물론 분자생물학, 유전체학, 단백체학, 대사체학, 면역학, 후성유전체학 등과 같이 학문적 유행과 기술의 발전에 따른 최신의 방법론과 기술을 가리지 않고 적용하였는데, 각각의 방법론에 대한 고급 분석은 훌륭한 여러 해당 기초과학분야 공동연구자들과의 협업이 필수적이었다. 돌이켜보면 임상의로서 중개연구를 이끌어 나가는데 있어서 중요한 미덕은 임상현장으로부터 믿을 만한 데이터를 생산하고, 임상적으로 중요한 질문과 가설을 수립하며, 협업을 통해 얻은 여러 형태의 데이터에 대한 분석결과를 통찰력 있게 연계하여 질병 정복에 도움이 되는 유의미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도록 중심을 잡는 일인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빠르게 발전하는 여러 학문과 기술분야에 대해 어느 정도의 지식을 선제적으로 습득하고 있는 것이 적절한 방법론을 선택하여 적용할 공동연구자를 찾아 속도감 있게 연구를 진행하여 크게 뒤쳐지지 않고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데 중요했던 것 같다. 임상의가 중개연구를 수행함에 있어서 기초과학자와 전략적으로 다른 점은, 일반적으로 임상의는 환자유래의 샘플과 정보를 screening 용으로 사용하여 연구의 방향을 잡은 뒤 실험을 통해 기전을 증명하려고 하는 반면, 기초과학자는 실험을 통해 얻은 결론을 환자유래의 샘플과 정보를 통해 validation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어떤 방법이 우월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전자의 경우가 실제 임상에 도움이 되는 연구결과를 도출해 내는 입장에서는 훨씬 더 안전한 방법일 것 같다는 생각이다.


 필자가 최근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주제는 암세포에서 telomere와 관련된 연구인데, 그 중에서도 telomere 유지기전(telomere maintenance mechanism)의 변화와 telomere 길이에 따른 유전자 발현 변화(telomere position effect)가 암의 발생과 진행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것이다. 신경교종 중 교모세포종과 핍지교종은 암세포에서 telomere 길이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효소인 telomerase를 구성하는 TERT의 과발현을 유도하는 TERT promoter mutation이 가장 많이 발견되는 암종이기도 하고, 소아나 젊은 연령의 신경교종은 alternative lengthening of telomere(ALT)라는 또 다른 암 특이적 telomere maintenance mechanism을 발생시키는 주요 인자인 ATRX mutation이 많이 발견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암과 관련하여 telomere의 역할을 규명하는데 매우 좋은 대상이기도 하다. 실제로 연구를 해보면 신경교종에서 telomere maintenance mechanism은 암세포의 발생과 진화에 따라 불변이 아니고 수시로 변하면서 암세포의 생물학적 특성과 연동되는 매우 복잡한 역동성을 보이며 치료 저항성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어 향후 추가적인 관련 연구를 통해 새로운 지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개개의 염색체 별 telomere 길이에 따라 DNA의 3차원 구조가 변하면서 mutation 없이도 유전자 발현의 변화가 발생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는데, 최근에 새롭게 개발된 여러 유전체 및 후성유전체 분석기법을 적용하여 telomere position effect의 신경교종에서의 역할을 규명하려고 한다.  이러한 모든 데이터와 분석은 시공간적인 개념을 가미하여 해석하면 임상적으로 더욱 유용한 결론을 도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longitudinal sample을 이용한 spatial genomics 기법을 통해 좀더 입체적인 분석을 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앞으로도 신경교종 관련하여 풍부하고 다양한 재료를 가지고 우수한 연구자와 좋은 아이디어와 기술을 교류하며 협업을 통해 의미 있는 연구결과를 함께 생산해내는 기회가 지속적으로 주어지기를 기대한다.



 

그림. 임상에서 획득되는 신경교종 환자유래 데이터 종류와 적용되는 중개연구 관련 분석기법과 결과물



참고문헌

1 Louis, D. N. et al. The 2016 World Health Organization Classification of Tumors of the Central Nervous System: a summary. Acta neuropathologica 131, 803-820, doi:10.1007/s00401-016-1545-1 (2016).

2 Ostrom, Q. T. et al. CBTRUS Statistical Report: Primary Brain and Other Central Nervous System Tumors Diagnosed in the United States in 2013-2017. Neuro-oncology 22, iv1-iv96, doi:10.1093/neuonc/noaa200 (2020).

3 Dho, Y. S. et al. An Updated Nationwide Epidemiology of Primary Brain Tumors in Republic of Korea, 2013. Brain tumor research and treatment 5, 16-23, doi:10.14791/btrt.2017.5.1.16 (2017).

4 Kang, H. et al. A Nationwide, Population-Based Epidemiology Study of Primary Central Nervous System Tumors in Korea, 2007-2016: A Comparison with United States Data. Cancer research and treatment 53, 355-366, doi:10.4143/crt.2020.847 (2021).

5 Singh, S. K. et al. Identification of human brain tumour initiating cells. Nature 432, 396-401, doi:10.1038/nature03128 (2004).

6 Comprehensive genomic characterization defines human glioblastoma genes and core pathways. Nature 455, 1061-1068, doi:10.1038/nature07385 (2008).

7 Louis, D. N. et al. Announcing cIMPACT-NOW: the Consortium to Inform Molecular and Practical Approaches to CNS Tumor Taxonomy. Acta neuropathologica 133, 1-3, doi:10.1007/s00401-016-1646-x (2017).

8 Stupp, R. et al. Radiotherapy plus concomitant and adjuvant temozolomide for glioblastoma.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352, 987-996, doi:10.1056/NEJMoa043330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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