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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나라를 꿈꾸던 소년, 우주생명과학을 연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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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 작성일자

    2018-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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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25

달나라를 꿈꾸던 소년, 우주생명과학을 연구하다

 




김영효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이비인후과
inhaorl@inha.ac.kr

 

 

 

1. Introduction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 밤하늘을 바라보며 공상에 빠졌던 기억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필자가 재학하였던 고등학교는 당시 꽤나 깊은 시골에 있어, 맑은 날 밤이면 밤하늘을 가득 수놓은 별들을 언제나 마주할 수 있었다. ‘이 넓은 우주 어딘가는 또 다른 생명체가 살고 있지 않을까?’, ‘언젠가는 나도 우주여행을 떠나볼 수 있지 않을까?’ 막연히 이러한 상상을 하다 문득 시간이 너무 흘렀음을 깨닫고 화들짝 놀라 자습실로 돌아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로부터 약 20여 년이 지난 지금, 이러한 상상은 현실로서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와 있다. 해외의 백만장자들을 중심으로 우주여행경험담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듯하더니, 이제는 상업적 우주여행이라는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SpaceX’, ‘버진 갤럭틱등 민간 회사들이 주축이 되어 대기권을 잠시 탈출하여 우주 경관을 감상하는 ‘Sub-Orbital Flight’에서부터 달나라 우주여행(Lunar Space Tour)’까지 다양한 상품을 경쟁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현재도 약 2억 원 정도의 비교적 저렴한(?) 가격이면 이러한 우주여행 예약에 동참할 수 있다. 각종 신기술이 처음 개발되었을 때보다 상용화, 대중화되면서 가격이 낮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마도 얼마 후에는 해외여행 가격으로 우주여행을 즐길 수 있지 않을지 살짝 앞서 나간 기대를 해본다.

 

그러나 흥분을 가라앉히고 의학적인 입장에서 우주여행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주여행을 시작하는 순간, 인체는 수많은 우주 유해자극에 맞닥뜨리게 된다. 우선 우주선이 지구 중력을 극복하고 대기권을 돌파하는 동안, 우주여행객은 지구 중력의 10여 배에 이르는 고중력을 견뎌야 한다(Anti-G Suit과 같은 특별한 장비가 없다면, 모든 사람이 이 단계에서 졸도 내지는 사망하고 말 것이다). 대기권 밖을 나가 우주 공간에 무사히 도착하였다 할지라도 이제 시작일 뿐이다. 이번에는 무중력상태에 적응하는 것이 관건이다. (사실무중력이라는 표현은 엄밀히 말해 정확한 단어는 아니다. 중력은 두 물체 사이의 작용반작용에 의해 이루어지므로 우주 공간에서도 중력이 ‘0’일 수는 없다. 그래서 1x10-6 이하의 중력을 미세중력이라 정의하며, 본고에서는 미세중력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도록 하겠다.) 우리 몸의 근육과 뼈조직은 모두 중력의 자극에 의해 그 크기와 강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미세중력 하에서 이러한 자극이 사라지게 되면, 점차 근육이 소실되고 골밀도가 감소하는 등의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하게 된다. 그 외에도 대기권이 사라짐으로써 우주 방사선에 직접적으로 노출됨으로써 각종 악성 종양의 가능성이 높아진다든지, 면역력의 약화로 지구에서는 별것 아닌 감염증도 자칫 치명적인 질환으로 진행할 수 있다든지 하는 각종 위험성들이 도사리고 있다.

 

다가올 우주여행 시대에는, 신체 건장한 젊은이들뿐 아니라 각종 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 노약자, 어린이들도 우주선에 탑승하고 싶어 할 것이다. 따라서 정상인 혹은 각종 질환을 가지고 있는 개체가 각종 우주 유해 자극에 노출되었을 때 근골격계, 면역계, 심혈관계, 신경계 등에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평가하고 이를 적절히 관리치료하기 위한 의학적 근거를 연구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최근 우주생명과학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2. 지구에서의 우주생명과학 연구 (1) – 고중력(Hyper-Gravity)

 

우주생명과학 연구를 위해 국제우주정거장(ISS)에 필자의 실험동물들을 보내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현재로서는 지구상에서 우주 환경을 모사(Simulation)하여 연구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먼저 고중력 연구를 위해서는 이전부터 회전에 의한 원심력을 이용해 중력을 증가시키는 방법이 사용되어 왔다. 간단히 말하자면 실험동물이 들어 있는 사육 상자를 빠른 속도로 회전시키면 원심력에 의해 사육 상자 내에 들어 있는 동물들은 높은 중력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상자를 회전시키는 속도와 회전하는 팔의 길이에 따라 각기 다른 정도의 고중력을 도출할 수 있다.

 

비교적 작은 정도의 고중력(Up to +5G)에 단기간 노출시키는 실험의 경우 비교적 간단한 간이 장비 등으로도 실험이 가능하지만, 실험을 하다 보면 +10G 이상의 고중력이 필요할 수도 있고, 수주 간에 걸쳐 장기간 노출하면서 실험동물에서 나타나는 변화 혹은 그에 따른 적응(Adaptation) 등을 평가하고 싶을 때가 있다. 이러한 실험을 위해 필자는 다른 여러 선배 교수님들의 도움을 받아, 지구 중력의 15배까지의 고중력을 수개월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실험동물용 원심력 장비를 개발하였다 (그림 1).

 


 

그림 1. 회전에 의해 지구 중력의 15배까지의 고중력을 재현할 수 있는 고중력 장비. 수주~수개월 동안 24시간 내내 일정한 속도로 회전이 가능하며, 양쪽 팔에 달린 박스 내로 실험동물 Cage를 여러 개 동시에 탑재하여 중형 동물까지도 실험이 가능하다.


 

필자는 주로 면역알레르기 질환에 관심이 많아, 알레르기 천식 및 비염을 가진 실험동물이 장기간의 고중력 자극에 노출되었을 때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연구하여 보고자 하였다. 지구중력의 5(+5G) 고중력에 4주간 노출시켰을 때, 필자는 당연히 천식 및 비염이 크게 악화될 것이라는 가설을 가지고 실험을 진행하였다. 그런데 웬걸, 전혀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고중력에 노출된 실험동물들에서 오히려 천식 및 비염이 호전되는 경과를 보인 것이다 (1). 부랴부랴 다른 교수님들께도 고견을 구하고 관련 논문들을 탐색한 결과, ‘건강증진효과(Hormetic Rffect)’라는 것을 찾을 수 있었다. 어떠한 자극이 적정한 강도에서는 인체에 유익한 방향으로 작용하지만, 너무 지나치게 되면 인체에 오히려 해로운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건강증진효과의 개념이다. 적절한 정도의 스트레스는 일상생활이 나태해지지 않도록 활력을 주지만, 스트레스가 과해지면 병을 얻게 되는 원리라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빠를 듯하다. 실제로 초파리를 적절한 정도의 고중력에 2~4주간 노출시켰더니 수명이 오히려 증가되었다는 보고들도 있어 고중력이 오히려 건강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2). 현재 필자는 이러한 고중력의 건강증진효과는 어떠한 기전(유전자 발현 및 억제)을 통해 이루어지는지, 그렇다면 이것을 어떻게 응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머지않은 장래에 이에 대한 결과를 보여 드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3. 지구에서의 우주생명과학 연구 (2) – 미세중력(Micro-Gravity)

 

지구상에서의 고중력 연구는 원심력을 이용해 비교적(?) 간단하게 수행할 수 있으나, 미세중력 연구는 보다 더 많은 노력과 고민을 필요로 한다. 사실 지구상에 있는 어떠한 물체도 지구의 중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연구자들의 고민에 의해 지구상에서 미세중력을 구현 혹은 모사하기 위한 여러 가지의 기법과 장비들이 개발되어 있다.

 

먼저 자유낙하하는 물체 내부에서는 중력가속도가 상쇄되므로, 이 물체 내부에서는 일시적으로 중력이 상쇄되는 현상을 이용한 기법들이 있다. 방송에서도 한 번쯤 보았을 법한 포물선 비행(Parabolic Flight)’이라는 방법이 있다. 이것은 말 그대로 비행기를 타고 높은 고도까지 올라가, 잠시 엔진을 끄고 자유낙하를 하여 비행기 내부를 일시적으로 미세중력 상태로 만드는 방법이다 (그림 2, 좌측) (3). 우주인들이 실제 우주 임무를 수행하기 전 지상에서 미세중력 훈련을 할 때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자유낙하탑(Drop Tower)’이 있다. 지상 수십 미터 높이의 탑에서 물체를 자유낙하시켜 내부의 미세중력 상태를 일시적으로 구현하는 방법이다 (그림 2, 우측) (4). 그러나 이러한 방법들은 근본적으로, 매우 짧은 시간 동안의 미세중력만을 구현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그리고 포물선 비행의 경우 1회 비행하는 데 2,000만 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그림 2. (좌측) 높은 고도까지 올라가 자유낙하를 함으로써 기내에 일시적인 미세중력 상태를 구현하는 포물선 비행(Parabolic Flight) (3). (우측) 높은 탑에서 물체를 자유낙하시켜 물체 내부에 일시적인 미세중력 상태를 유발하는 자유낙하탑(Drop Tower) (4).

 

 

앞서 고중력 연구에서는 원심력을 이용해 중력을 증가시켰다면, 미세중력 연구에서는 반대로 중력을 상쇄하는 데 원심력을 이용할 수 있다. 원리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어떠한 물체를 무작위로 계속 회전시키면 원심력이 구(Sphere) 모양으로 고르게 분산되면서 중력을 상쇄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이것을 이용한 장비가 바로 ‘Clinostat’이다 (5). 이 장비를 활용하여 식물 혹은 세포배양 실험을 계획할 수 있다 (그림 3).

 


 

그림 3. 무작위 회전에 의해 원심력을 고르게 분산시켜 중력을 상쇄하는 Clinostat 장비.

 

 

그러나 이러한 Clinostat 실험을 통해서는 동물실험을 수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동물실험에서는 하지현수모델(Anti-Orthostatic Suspension Model)’을 사용한다. 하지현수모델의 원리는 간단하다. 실험동물(Mouse or Rat)의 꼬리를 천장에 매달아 뒷다리는 땅에 닿지 않게 하고 앞다리만 땅에 닿게 하여 앞으로 30도 정도 기울어진 자세를 지속적으로 유지한다. 여기서 실험동물은 앞다리를 이용하여 이동하고, 사료와 물을 먹는 것이 가능해야 한다. 이러한 자세가 지속되면 체액의 중심이동(Central Shift of Body Fluid) 및 뒷다리 근육의 위축 등과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것은 실제 우주에서 미세중력 상태에서 나타나는 인체의 변화와 유사하다. 또한 근골격계의 변화뿐 아니라 면역계 등의 다른 신체 계통에서 일어나는 변화 역시 우주환경에서와 유사하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에 의해 알려져 있으므로 완벽한 미세중력 조건은 아니지만 이 모델을 모사 미세중력(Simulated Microgravity)’ 모델로서 많이 활용하고 있다. 본 연구실에서는 미세중력 연구를 위해 이러한 하지현수모델을 개발하여 면역계 질환 연구에 활용하고 있다 (그림 4) (6, 7).

 


 

그림 4. 본 연구실에서 미세중력 모사를 위해 사용하고 있는 하지현수모델.

 

 

 

4. 제언

 

대한민국의 우주생명과학 연구는 우주선진국에 비교하자면 너무나 많이 뒤처진 수준이다. 미국에서 개최된 항공우주의학협회 학술대회에 참가하였을 때, 우리나라는 동물실험 데이터를 발표하는 데 반해 미국에서는 이미 Sub-Orbital Flight에 참여하였던 참가자 수백 명의 인체 변화 데이터를 발표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것이 벌써 수년 전이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한국의 우주생명과학 연구는 수년 전의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우주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물론 발사체/탑재체 등 하드웨어적인 부문의 개발이 우선되어야 하겠지만, 동시에 우주선 안에 실제 탑승하게 될 소프트웨어 격인 인간에 대한 연구가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향후 이러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국가적 차원에서 우주생명과학 연구가 활성화될 날을 기대해 본다.

 

 

 

참고문헌

 

1. Jang, T. Y., Jung, A. Y., Kim, Y. H. (2016) Hormetic Effect of Chronic Hypergravity in a Mouse Model of Allergic Asthma and Rhinitis. Sci Rep 2016 6, 27260.

2. Minois, N. (2006) The hormetic effects of hypergravity on longevity and aging. Dose Response 4, 145-54.

3. http://www.esa.int/Our_Activities/Human_Spaceflight/Research/Experiments_airborne_for_49th_ESA_Parabolic_Flight_Campaign

4. https://www.nasa.gov/audience/foreducators/microgravity/multimedia/mp-dropTowerLayout.html

5. https://www.barnardhealth.us/space-biology/clinostat-and-bioreactor.html

6. Jang, T. Y., Jung, A. Y., Kim, Y. H. (2016) Effect of Long-Term Antiorthostatic Suspension in a Murine Model of Acute Lung Injury. Clin Exp Otorhinolaryngol 9, 332-338.

7. Jang, T. Y., Heo, M. J., Jung, A. Y., Kim, Y. H. (2015) Prolonged Anti-Orthostatic Hind Limb Unloading and Murine Allergic Asthma. Aerosp Med Hum Perform 86, 8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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