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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lational Research

고정밀 CRISPR 기반 분자 치료/진단 기술 (Molecular Theragnosis based on high-precision CRISPR technology)

  • 작성자

    이승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 작성일자

    2021-11-27
  • 조회수

    2742

고정밀 CRISPR 기반 분자 치료/진단 기술

Molecular Theragnosis based on high-precision CRISPR technology

 

 

 


 

이승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lsh080390@kribb.re.kr

 

 

1. 서론

질환 진단 기술은 질병의 조기 치료와 연결된 중요한 기술이 될 수 있으며 정밀의학의 발전과 함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어, 정밀한 진단을 위해 분자생물학, 물리 화학 그리고 재료공학 등 다양한 분야의 측정 기술이 집약된 신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다. 최근에는 CRISPR (Clustered regularly 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s) 유전자 가위를 진단기술에 적용하여 민감도와 특이성을 높이는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박테리아의 면역 시스템에서 유래된 CRISPR시스템은 유전자를 정밀하게 편집하고 교정할 수 있어 많은 의생명과학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1, 2). 박테리아 면역 시스템으로서의 CRISPR는 이전에 기억했던DNA 의 서열을 활용하여 새롭게 세포 내로 들어온 DNA 염기서열을 특이적으로 자르는 역할을 하며, 이 시스템을 인간 세포에 적용하면 표적 위치에 높은 정확도로 유전자 편집이 가능해진다. 유전자 편집 위치를 특정하는 것은 CRISPR 유전 부위(CRISPR locus)의 프로토스페이서 (protospacer) 에서 전사되는 가이드 RNA (guide RNA) 이다. 가이드 RNA 는 약 20-30 bp  길이를 갖는 RNA로서 표적하는 유전체 위치에 존재하는 DNA 또는 RNA와 염기쌍을 이룸으로써 표적 절단 여부를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서 CRISPR 시스템은 외부에서 들어온 바이러스 등 자신이 아닌 DNA 서열을 특이적으로 구분하고 절단함으로써 자신의 유전체를 보호하게 된다. CRISPR 시스템이 표적하는 DNA 가 자신의 서열인지 외부 서열인지를 구분하기 위해서 다음 두 가지 정보를 활용하게 된다. 첫째는 CRISPR 시스템에서 표적하는DNA가 프로토스페이서에 의해 유래된 가이드 RNA 의 상보적인 서열을 갖는지 여부, 그리고 두번째는 표적 DNA 가 가이드 RNA 상보적 서열 근처에 CRISPR 의 종류에 특이적으로 존재하는 짧은 PAM (protospacer adjacent motifs)  서열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여부이다. 이 두 인자를 감안하여 CRISPR 시스템을 디자인함으로써 암 치료 및 진단, 면역 세포들의 조절 기전 연구, 유전자 치료제 개발 등 다양한 의생명분야에 적용이 가능해지고 있다.

 

위와 같이CRISPR 시스템을 치료 및 진단 분야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표적 특이성이 중요한 요소인데,  CRISPR 시스템이 표적 이외에도 비슷한 염기서열을 가진 유전자 위치에 염기서열 변형을 일으킬 수 있는 비표적 특이성 (Off-target effect) 이 발견되어 이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하는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3) .가이드 RNA 의 길이와 유전체 상에 가이드 RNA 와 완전히 또는 부분적으로 상보적인 서열이 얼마나 존재하는지에 따라 CRISPR 유전자 편집의 정확성이 결정된다(4). 많은 연구자들은 CRISPR-Cas9 과 CRISPR-Cas12a 등 널리 사용되는CRISPR 시스템과 새로 발견되는 CRISPR 시스템들의 특성을 연구하고 정확도를 높이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제작된 정확도가 높은 CRISPR 유전자 가위는 다양한 의생명 분야에 활용될 수 있으며, 유전질환 치료기술 개발 뿐만 아니라 유전자 진단을 보다 민감하고 정확하게 수행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2. 본론

CRISPR 유전자 가위를 활용한 유전자 편집에서 원래 표적 위치가 아닌 다른 위치에 비특이적 유전자 편집이 발생할 가능성은 계속 연구되어 왔다(3). 특히 유전자 편집이 유전체에 예상하지 못한 큰 결실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점은 의학적 적용에 안전성 측면에서 중요한 문제이다(5). 이러한 비표적 문제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해당 표적 위치의 DNA 서열이 CRISPR의 PAM 서열 및 가이드 RNA 와 얼마나 유사한 서열을 갖고 있는지 여부이다. 일반적으로 CRISPR 시스템은 사용되는 단백질에 의해 결정되는 PAM 서열이 있는 DNA 위치를 1차적으로 탐색하고, PAM 을 갖는 DNA 서열 중 단백질과 결합한 가이드 RNA 와 완벽하게 상보적인 서열을 갖는 DNA 에 대해 높은 결합력을 보인다. 다양한 CRIPSR 시스템은 서로 다른 PAM 서열을 보이며, 예를 들어 유전자 편집에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는 SpCas9과 AsCas12a 의 PAM서열은 각각 표적 서열의 3’ 위치에 “NGG” 또는 5’ 위치의 “TTTN” 이다. 따라서 사용되는 CRISPR 종류와 가이드 RNA 서열에 따라 어느정도 상보적인 염기서열이 있는 곳이라면 유전자 편집이 의도치 않게 유도될 가능성이 있다.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CRISPR-Cas9 의 경우, 비표적 위치의 서열이 가이드 RNA 에 비해 비슷할수록, 그리고 염기서열 차이가 해당 CRISPR 의 PAM 서열에서 멀리 떨어져서 존재할 수록 유전자 편집의 가능성은 높아진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또 다른 CRISPR 시스템인 Cas12a 의 경우Cas9 와 비슷한 기전으로 표적 DNA 를 인식하지만 Cas9에 비해 비표적 문제가 상대적으로 적어Cas12a를 기반으로 연구하면 정확도가 더 높은 유전자 편집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6). 

 

CRISPR 단백질 및 가이드 RNA 를 변형하여 유전자 편집의 정확도를 높이고 비표적 문제를 줄이는 연구들도 진행되고 있다(7). CRISPR 단백질을 변형하는 연구에서는 DNA 표적은 인식하는 단백질 도메인 (domain)의 특정 아미노산을 변경하여 단백질-DNA 의 상호작용을 조절함으로써 유전자 편집의 정확도를 높인 eCas9 및 HF-Cas9 등이 개발 된 바 있다. 가이드 RNA 를 변형하는 연구들에서는 가이드 RNA의 길이를 줄이는 방법, 5’ 말단에 구아닌 (guanine) 서열을 추가하는 방법, DNA-RNA 가 혼합된 키메릭 가이드 (chimeric guide)를 사용하는 방법 등을 통해 정확도를 높일 수 있음이 보고되었다(8). 

 

이와 같이 정확도가 높은 CRISPR 기술은 유전자치료 뿐만 아니라 분자 진단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진단하려는 대립 유전자(allele)의 유전자형을 기존 방법보다 정밀하게 구분하는 분자 진단 방법이 가능하다. CRISPR-Cas9 을 활용하는 DNA 유전형 측정 방식은 기존 T7 핵산내부분해효소 1형 (T7 endonuclease, T7E1)을 사용하는 방법보다 향상된 민감도와 적용성을 가진다 (9). T7E1 은 두 대립유전자가 서로 다른 염기서열을 갖고 있는 경우 DNA 를 자르는 방식으로 작동하여 돌연변이의 유무를 측정하게 된다. 그런데 이 T7E1 방식의 유전형 검사법은 두 대립유전자가 서로 같거나 다른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므로, 대립 유전자의 유전형이 한쪽만 돌연변이가 있는 경우 (mono-allelic mutation)과 양쪽 대립유전자에 각각 다른 돌연변이가 있는 경우 (heterozygous bi-allelic mutation) 을 구분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이와 다르게 CRISPR 는 특정 돌연변이의 위치가 해당 CRISPR의 PAM 서열에 존재하는 경우 정상 유전자 서열을 가진 DNA만 선택적으로 자를 수 있다. 이 특징을 활용하면 대립유전자가 둘다 정상 서열인 유전형, 한 대립유전자에만 돌연변이가 있는 mono-allelic 돌연변이 유전형, 그리고 대립 유전자 둘다 돌연변이가 있는 bi-allelic 돌연변이 유전형을 각각 구분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CRISPR 방법은 다음과 같은 다양한 유전형 검사에 적용될 수 있다. 첫째,  C4PBP 와 같이 질병과 연관된 돌연변이 패턴이 다양한 대립유전자가 존재하는 경우에도 정밀하게 적용될 수 있다. 둘째, 다양한 단일염기변이 (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 SNP)가 존재하는 인간 주조직 적합성 항원 (Human Leukocyte Antigen, HLA) 의 유전형을 분석할 때 도 T7E1 방식에 비해 유리하다. HLA 의 유전형은 염기서열이 다양하므로, 높은 확률로 대립유전자들이 서로 다른 염기서열을 갖게 되는데, 이 경우T7E1 은 대립유전자가 서로 다른 유전형을 갖는 모든 경우에 표적 DNA 를 자르는 특성이 있어  다양한 SNP 조합을 구분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CRISPR 방법은 특정 유전형을 갖는 표적만 자르도록 적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셋째, CRISPR 를 활용한 방식은 암과 연관된 단일염기 변이 및 염기 삽입 (insertion) 및 삭제 (deletion) 유전 변이를 검사하는데 적용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대장암에서 활성화되는 것으로 알려진 WNT 시그널에 관여하는CTNNB1 유전자의 3 bp 삭제에 대응하는 가이드 RNA 를 제작하면 해당 돌연변이를 민감하게 검출할 수 있음이 확인된 바 있다.

 

CRISPR 를 활용한 핵산진단에서는 낮은 비율로 존재하는 돌연변이를 보다 민감하게 검출하는 방법도 연구되었다(10). 이 기술에서는 진단 샘플에서 정상 유전자에 비해 DNA 서열 변이가 있는 유전자가 매우 낮은 비율로 존재하는 경우, CRISPR 기술을 활용하여 정상 서열 DNA 를 선택적으로 제거한 다음 돌연변이 서열을 가진 DNA를 상대적으로 증폭하는 PCR 단계를 통해 핵산 진단의 민감도를 향상시키게 된다. 이 방법으로 돌연변이 서열이 정상유전자보다 매우 낮은 비율로 존재하는 KRAS 와  GNAQ 의 암유도 단일염기 변이(oncogenic point mutation)를 PAM 서열을 이용해 민감하게 측정할 수 있음이 확인되었고, 실제 대장암 환자들의 세포 유리 DNA (cell-free DNA) 샘플에서 KRAS 단일 염기 돌연변이들인 c.35G>A, c.35G>T, c.35G>C, c.34G>C 의 측정에 적용될 수 있음이 확인되었다. 

 

3. 결론

 의학의 발전과정에서 치료기술의 발전과 함께 분자 진단 기술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하여 단백질을 보다 정확하게 측정하는 기술, 그리고 핵산의 돌연변이를 보다 민감하게 측정하는 기술들은 특정 질환의 분자 수준에서의 진단기술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CRISPR 기술은 차세대염기서열 분석기술과 융합하여 환자 세포유리DNA 에 매우 낮은 비율로 존재하는 돌연변이를 더욱 민감하게 측정하는데 활용되고 있다. CRISPR 유전자 가위 기술은 많은 의생명 분야에 적용되는 추세이며, 다양한 CRISPR기술도 계속 발전하고 있어 정확도가 높아진 CRISPR 시스템들이 개발될 수록 유전자 치료 및 분자 진단을 고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4. 참고문헌

1. Jinek, M., Chylinski, K., Fonfara, I., Hauer, M., Doudna, J. A. and Charpentier, E. (2012) A programmable dual-RNA-guided DNA endonuclease in adaptive bacterial immunity. Science 337, 816-821.

2. Lee, S. H., Park, Y. H., Jin, Y. B., Kim, S. U. and Hur, J. K. (2020) CRISPR Diagnosis and Therapeutics with Single Base Pair Precision. Trends Mol Med 26, 337-350.

3. Hsu, P. D., Scott, D. A., Weinstein, J. A., Ran, F. A., Konermann, S., Agarwala, V., Li, Y., Fine, E. J., Wu, X., Shalem, O., Cradick, T. J., Marraffini, L. A., Bao, G. and Zhang, F. (2013) DNA targeting specificity of RNA-guided Cas9 nucleases. Nature biotechnology 31, 827-832.

4. Cho, S. W., Kim, S., Kim, Y., Kweon, J., Kim, H. S., Bae, S. and Kim, J. S. (2014) Analysis of off-target effects of CRISPR/Cas-derived RNA-guided endonucleases and nickases. Genome research 24, 132-141.

5. Kosicki, M., Tomberg, K. and Bradley, A. (2018) Repair of double-strand breaks induced by CRISPR-Cas9 leads to large deletions and complex rearrangements. Nature biotechnology 36, 765-771.

6. Kim, D., Kim, J., Hur, J. K., Been, K. W., Yoon, S. H. and Kim, J. S. (2016) Genome-wide analysis reveals specificities of Cpf1 endonucleases in human cells. Nature biotechnology.

7. Tsai, S. Q. and Joung, J. K. (2016) Defining and improving the genome-wide specificities of CRISPR-Cas9 nucleases. Nature reviews. Genetics 17, 300-312.

8. Kim, H., Lee, W. J., Oh, Y., Kang, S. H., Hur, J. K., Lee, H., Song, W., Lim, K. S., Park, Y. H., Song, B. S., Jin, Y. B., Jun, B. H., Jung, C., Lee, D. S., Kim, S. U. and Lee, S. H. (2020) Enhancement of target specificity of CRISPR-Cas12a by using a chimeric DNA-RNA guide. Nucleic acids research 48, 8601-8616.

9. Kim, J. M., Kim, D., Kim, S. and Kim, J. S. (2014) Genotyping with CRISPR-Cas-derived RNA-guided endonucleases. Nature communications 5, 3157.

10. Lee, S. H., Yu, J., Hwang, G. H., Kim, S., Kim, H. S., Ye, S., Kim, K., Park, J., Park, D. Y., Cho, Y. K., Kim, J. S. and Bae, S. (2017) CUT-PCR: CRISPR-mediated, ultrasensitive detection of target DNA using PCR. Oncogene 36, 6823-6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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