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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lational Research

먹는 쾌락: 우리는 왜 먹고 싶은가? 기초-임상 중개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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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 작성일자

    2020-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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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72

먹는 쾌락: 우리는 왜 먹고 싶은가? 기초-임상 중개연구

최형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과학과/해부학교실

 

 

 

1. 서론

“There is no sincerer love than the love of food.”

“음식에 대한 사랑보다 더 진실된 사랑은 없다.”

- George Bernard Shaw

 

내분비내과 임상교수로 근무하던 시절 매일 진료하던 수많은 당뇨병, 비만 등 대사질환 환자들의 임상경험에서 발견한 점은, 건강을 지키기 위해 절제하려는 목표 양보다 많이 자주, 특히 해로운 음식들을 먹는 문제로 고통을 겪으면서도 참을 수 없는, 전형적인 중독 성향을 보인다는 점이었다. 현대 사회에 암만큼이나 중요한 사회의 건강 문제인 대사질환과 심뇌혈관 질환은 과거 100년전에는 거의 없었던 질환으로, 이렇게 현대 사회에서 급격히 증가하는 주된 원인은 생활습관, 특히 식습관의 변화로 알려져 있다. 이 고통받는 환자들과 사회의 건강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편이나, 담배를 연구했던 과거 과학자들처럼, 사회에 만연한 중독적 식욕문제를 연구해야 한다고 판단하게 되었다. 이미 발병한 당뇨병의 혈당을 조절하기 보다는, 근본적으로 사회의 전반적인 중독적 식습관 문제를 해결하면, 과거 과학자들이 아편과 담배로부터 사회를 치료했던 것처럼, 미래 우리 사회가 대사질환 유병율이 낮아져 더 건강해지게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또한, 이런 중독적 식습관을 유발하는 신경과학 기전 연구를 통해서, 중독적 식습관의 예방 뿐만 아니라, 식욕 억제 치료약이나 치료 의료기기를 개발하여, 고통받는 환자분들과 우리 사회를 도울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하였다. 이런 임상적 경험과 필요를 바탕으로, 식욕과 중독적 식습관의 신경과학적 기전을 밝히기 위한, 섭식행동분석 실험과, 뇌신경 측정/조작 연구를 2015년부터 도전하게 되었다.

 

2. 본론

우리는 왜 먹고 싶은가? 2가지 다른 이유 (1)

 

1) 대사적 항상성에 의한 배고픔(Hunger, Homeostatic Drive to Eat)

모든 생명체는 변화하는 외부환경 속에서도 일정한 내부환경을 유지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런 내부환경의 불변성 혹은 계속적인 유지를 위한 적극적인 조절을 항상성(homeostasis)이라고 한다. 이런 항상성 조절 기능을 통해 우리 몸은 체중, 체온, 혈압, 혈당, 전해질, 체액양 등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다. 특히 특정 체중 조절점 (body weight set point)으로 체중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기능은 비만의 병인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비만 치료에 있어서 문제가 되는 요요현상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2) 쾌락에 의한 식욕(Appetite, Hedonic Drive to Eat) (2)

모든 동물은 이런 항상성 조절 기전과 다른 기전의 동기(drive, motivation)로 쾌락을 추구하고 고통을 회피하는 특성이 있다. 쾌락과 고통이라는 기전은 유익한가? 오래전부터 생존과 번식을 잘 추구하는 동물만이 후손을 남겨 선택받을 수 있었다.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경험에 대해 쾌락을 느끼고 추구하고, 생존과 번식에 해로운 경험에 대해 고통을 느끼고 회피하는 신경회로를 가지는 돌연변이 유전형으로 태어난 동물들만이 살아 남았다. 이런 쾌락추구, 고통회피 성향이 강한 동물들끼리만 모여서 번식을 하기에, 오랜 시간동안 이 본능은 점점 더 강해졌다. 결국 우리의 쾌락 추구 본능, 그리고 고통 회피 본능은, 한 개체의 에너지 확보, 생존, 번식이라는, 원초적인 종의 목표를 향해, 배치되어 있고, 다양한 감정들을 기반으로, 고도화되어 우리의 의사결정과 행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 

모든 동물은 충분한 에너지가 생존과 번식에 필수이기에, 고농도에너지 음식(설탕, 지방) 등에 대해서는, 강한 보상(reward)과 쾌락(pleasure)을 느끼는 돌연변이 동물은 생존과 번식에 유리하다. 이런 에너지에 대한 갈망(craving)과 동기부여(motivation)가 약한 유전형을 가진 개체는 번식하지 못하고 음성선택(negative selection)되고, 동기부여가 강한 유전형의 개체들끼리 모여 점점 더 에너지 갈망과 동기부여 기전이 강해졌을 것이다. 결국 먹게 만들도록 유도하기 위한 도구였던 고농도에너지 음식에 대한 쾌락과 갈망 기전이, 현대사회에 있어서는, 배고프지 않아도 (또는 배고픔 정도보다 더 많이) 쾌락을 위해 먹게 만드는 작용을 하고 있다. 이런 맛있는 음식에 대한 기억이나, 감정, 스트레스 등이 적절한 항상성 수준을 넘어 비항상성적으로 작용하여 최종적으로 섭식, 배부름, 장운동, 혈당조절 등이 조절되게 된다.(3, 4) 다른 쾌락적인 물질들 (예: 마약, 도박)과 마찬가지로 음식에 대한 반응도, 점점 더 많이 노출될수록, 즐기는 정도(liking)은 감소하고, 오히려 갈망하는 정도(wanting, craving)은 증가하는 양상이 관찰된다. (5, 6) 이런 과정을 통해 쾌락적으로 폭식하고, 갈망하고 참다가, 다시 강박적으로 과식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거쳐, 점점 더 심각한 강박적이고 중독적 성향으로 발전하게 된다. (7) 음식에 대한 중독적인 성향은, 마약중독과 같은 물질중독적인 측면(예: 설탕, 지방, 소금 등)도 어느 정도 있지만 (음식 중독), 도박중독이나 게임중독과 같은 행위중독적인 측면이 더 커서 음식을 먹을 때의 종합적인 경험이나 과거 기억과의 연결이 더 중요한 것(섭식 중독)으로 생각된다.(8)

이런 쾌락적인 섭식 중독 성향은, 체중 항상성 조절 기전의 절묘한 균형에 대해, 강력하게 살이 찌는 방향으로 균형을 기울어지게 작용하게 된다. 따라서, 쾌락적인 섭식 중독 성향이 없을 경우, 적절 체중으로 균형을 이루고 살아갈 수 있는 사람에게, 지나치게 맛있고 중독적인 음식들이 간편하고 가깝게 제공되게 되면, 쾌락적인 섭식 중독 성향이 강력하게 강해지게 되어, 항상성 균형에 영향을 주어, 더 높은 체중 조절점에서 새로운 항상성 균형을 형성하는 안정적 비만상태 유발하게 된다. 이런 쾌락에 의한 식욕이 주도하는 사회 환경적인 문화가 현대 사회에 비만의 유병률이 높아지게 된 주된 요인으로 생각된다.

식욕과 배고픔은 대체로 함께 느껴지게 되지만, 때로는 서로 독립적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식사를 충분히 한 이후에 아주 자극적으로 맛있는 디저트를 보게 되면, 배고픔은 거의 없지만, 식욕은 높게 느껴지게 된다.

 

<연구 방법 : 동물모델 연구와 피험자 임상시험을 융합하는 중개연구>

동물 모델 연구와 피험자 임상 시험을 융합하는 기초-임상 중개 연구를 통하여, 폭넓은 신경과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동물 모델 연구로 기초과학적인 기전을 밝히면, 그 기전이 실제 인체 질병에서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 실제 임상시험으로 적용하는, Bench-to-Bedside 접근과, 인체질병을 관찰하여 발견한 가설을, 직접 동물모델 연구에서 입증하는, Bedside-to-Bench 접근을, 모두 연구할 수 있다는 것이 독특한 장점이다.

 


 

 

<주요 실험기법 및 연구내용>

 

1) 쥐 동물모델 뇌수술 실험

뇌정위 수술 : 특정뇌 부위에 정확하게 약물, 호르몬, 유전자 등을 전달하여 뇌중추가 대사말초조직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신경 활성 조작: 광유전체(optogenetics), 화학유전체(chemogenetics) 방법을 통해, 살아 움직이는 동물의 특정 신경세포를 실시간으로 활성화/억제하며 행동 변화를 관찰한다.

신경 활성 측정: 광섬유-광측정 (Fiber photometry) 방법과 소형 형광현미경(Miniature microscope)을 통해, 살아 움직이는 동물의 특정 신경세포의 신경활성도를 행동 변화 중 실시간으로 관찰한다.

행동 분석: 음식과 물을 먹거나 선택하는 행동, 사회적 행동 등 동물의 신경반응을 분석한다.

 

2) 인체 조직 실험

인체 카데바와 수술에서 얻은 샘플 통해 특정 유전자의 신경해부학적인 분포와 역할을 규명한다.

투명화 3차원 분석: 조직투명화방법을 사용하여, 3차원 입체적인 신경 분포와 신경 연결 네트워크를 분석한다.

 

3) 건강자원자/환자 임상시험

뇌영상: Functional MRI, 등 뇌영상 검사 방법을 사용하여, 음식 사진 등 특정 뇌부위에 뇌기능 활성도를 측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뇌기능을 분석한다.

호르몬: 대사조절에 관여하는 호르몬의 혈중농도를 분석하여, 호르몬이 뇌중추의 대사조절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심리인지: 심리인지행동과 관련하여 다양한 설문지와 문답지를 사용하여, 피험자의 심리인지상태를 평가하고, 섭식 관련된 행위 지표를 분석한다.

임상시험: 호르몬, 약, 신경조절자극, 행동조절, 수술 등 특정 임상시험 치료가 치료효과를 나타내는 뇌인지심리기전을 분석한다.

 

4) 원숭이 모델 실험

- 섭식 행동 분석: 맛있는 음식과 맛없는 음식을 먹거나 선택하는 행동, 먹기 전과 먹는 도중, 먹고 나서의 행동을 보며 쥐나 사람에게는 볼 수 없는 섭식 행동을 관찰

- 신경 활성 조작: 같은 영장류인 사람에게는 할 수 없는, 광유전체 방법을 통해, 살아 움직이는 동물의 특정 신경세포를 실시간으로 활성화/억제하며 행동 변화를 관찰

- 전기 생리학 측정: 광유전체, 전극삽입을 통해, 신경 활성 조작과 동시에 전기 생리학적으로 신호 변화를 측정함으로써, 광유전체와 실제 신호 변화를 같이 관찰

 

 

3. 결론

체중 조절점과 항상성의 기전으로 에너지섭취량과 에너지소비량이 강력하게 조절되어 일정한 체중을 유지되고 있다. 이런 체중 조절점 기전으로 인해 쉽게 살이 찌지도 않고, 빠지지도 않고, 다시 이전 체중으로 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쾌락적인 식욕을 유발하는 현대 사회 환경적인 요인에 의해, 이러한 항상성과 체중 조절점은 새로운 균형점으로 재조정될 수 있고, 비만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런 기전을 잘 이해하면, 보다 효과적이고 근본적인 치료 방법을 통해, 체중 조절점을 다시 정상 체중 범위로 변화시키는 비만 예방/치료 방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강력한 신경과학 기초실험 도구들과, 비만 환자 임상연구를 통하여, 실제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기초과학 기전을 규명하고자 한다.

 

4. 참고문헌

1. Berthoud HR, Morrison CD and Munzberg H (2020) The obesity epidemic in the face of homeostatic body weight regulation: What went wrong and how can it be fixed? Physiol Behav 222, 112959

2. Volkow ND, Wise RA and Baler R (2017) The dopamine motive system: implications for drug and food addiction. Nat Rev Neurosci 18, 741-752

3. Begg DP and Woods SC (2013) The endocrinology of food intake. Nature Reviews Endocrinology 9, 584-597

4. Myers MG and Olson DP (2014) SnapShot: Neural Pathways that Control Feeding. Cell Metabolism 19, 732-+

5. Berridge KC, Robinson TE and Aldridge JW (2009) Dissecting components of reward: 'liking', 'wanting', and learning. Current Opinion in Pharmacology 9, 65-73

6. Berridge KC, Ho CY, Richard JM and DiFeliceantonio AG (2010) The tempted brain eats: Pleasure and desire circuits in obesity and eating disorders. Brain Research 1350, 43-64

7. Alsio J, Olszewski PK, Levine AS and Schioth HB (2012) Feed-forward mechanisms: Addiction-like behavioral and molecular adaptations in overeating. Frontiers in Neuroendocrinology 33, 127-139

8. Hebebrand J, Albayrak O, Adan R et al (2014) "Eating addiction", rather than "food addiction", better captures addictive-like eating behavior. Neuroscience and Biobehavioral Reviews 47, 295-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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