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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대회 참관기

2020년도 제33회 설악학술대회 참관기

  •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자

    2020-07-17
  • 조회수

    1442

2020년도 제33회 설악학술대회 참관기




박승열
포항공과대학교 생명과학과
seungpark@postech.ac.kr​​
054-279-2325​
 
미국에서의 오랜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하여 오랜만에 느껴보는 한국은 여러 면에서 다이나믹했다. 새로운 시작은 새로운 인연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연구분야를 중심으로 여러 가지를 공유하는 학회는 그 중심에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코로나가 우리의 일상을 덮쳤고 사회적 거리 두기는 주변과의 물리적 거리를 두게 했다. 마스크의 불편함이 일상이 되어감에 따라 혹시 심리적 거리 두기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까? 우려할 즈음 설악학술대회를 진행한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하지만, ‘괜찮을까?’라는 우려가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설악학회는 연구협의 및 협동연구를 촉진하기 위해 토론이 주를 이루는 국내 유일의 연구책임자 중심의 학회다. 개인적으로 연구를 소개할 수 있는 세션을 마련해 주셔서 제법 긴장하기도 했지만, 동해바다를 따라 양양으로 달리는 7번 국도는 걱정을 상쾌함으로 날리기에 충분했다. 발열체크, 마스크 필수(연자 포함), 주먹인사, 2m 거리 두기와 지정 좌석제 등 현장에서 본 학회는 코로나에 철처히 대비한 모양새다. 하지만 처음 가본 학회, 낯선 장소 그리고 새로운 사람들과의 어색한 인사에 적응하는 데 약간의 시간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었다.

첫 세션인 cancer biology가 막을 열면서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강창원, 유지창, 양영 교수님께서 거듭 강조하신 설악학회의 취지(강연보다 긴 discussion, unpublished data, 활발한 discussion)가 얼마나 잘 지켜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어진 신진과학자 세션은 나를 포함 최근 부임하신 교수님들의 연구분야와 방향을 소개하는 자리였는데, 교수님들께서 그동안 얼마나 노력하셨고 앞으로 어떻게 연구실을 운영해 나갈지를 한 눈에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발표 이후에도 많은 교수님들께서 발표내용을 기억해주시고 격려해 주셔서 개인적으로 기억에 많이 남는다. Omics의 개념을 우리나라에 소개하는데 큰 역할을 하신 백융기 교수님의 발표와 연구자 간담회를 끝으로 첫날의 공식적인 행사는 막을 내렸다. 수그러들지 않는 열정은 공식적인 행사 이후 학회에 참석하신 교수님들과 개별적으로 인사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는데, 거한 환영인사 덕분에 내일 오전 세션은 참석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분명 어제 늦은 밤까지… 둘째 날 아침 세션은 어제와 다를 바 없는 학회다. 구재형 교수님의 brain에서 Odorant GPCR의 기능은 신기하기만 했으며, 김용환 교수님의 차분한 발표와 최장현 교수님의 열정적인 발표는 잊을 수가 없었다. 또한 분야가 분명 다를 텐데 매번 핵심적인 질문과 comment를 주시는 오구택 교수님을 뵈며 많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사실 둘째 날 오후에는 야외활동이 계획되어 있었으나 코로나의 여파로 대부분 취소 되었다. 나는 여유시간동안 아쉬운 마음을 가지신 몇 분의 교수님들과 함께 설악산을 오르기로 했다. 산 중턱에서 CPR이 필요하다며 산행을 포기하려 하시던 남기택 교수님께 “거의 다 왔어요”를 수십 번 반복하신 박현우 교수님 덕분에 초행길이었던 일행은 아무런 사고 없이 금강굴의 새로운 절경을 담아갈 수 있었다. 혹시 남교수님께서 내년에 흔들바위를 올라가신다면 당연히 함께할 예정이다. 일전에 Gordon conference에 참석한 적이 있다. Randy Sheckman (2013 노벨 생리의학상) 교수님을 필두로 대부분의 참석자가 트레킹으로 connection을 맺는 모습을 본 경험이 있는데 설악학회에서 비슷한 경험을 하리라곤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고작 이틀 같이 했을 뿐인데 많은 교수님들과 가까워졌고, 늦은 밤까지 학회 마지막 밤의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마지막 날에는 Stem cell과 single cell omics를 주제로 활발한 토론이 이어졌다. 장지원 교수님의 ZBTB12 유전자에 의해 조절되는 embryonic development, 신근유 교수님께서 개발하신 assembloid 기술, 이혜옥 교수님께서 공유해 주신 omics 기반의 암 바이오마커 발굴 개발 기술은 학회에 참석한 교수님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학회의 공식적인 일정이 끝났지만 가는 길 허기지다며 배 채워서 보내주신 전경희 교수님, 행여나 잊을까 참석자 한 분 한 분 사진 찍어 기억하겠다 하신 이한웅 교수님, 만날 때마다 웃음으로 답해주신 박종훈 교수님 모두 감사합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국내 생명과학에서 설악학회가 얼마나 중요한 위치에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였다. 이 자리를 빌어 잊지 못할 추억과 인간관계를 선물로 주신 위원장님과 모든 참석자 분들 그리고 학회 사무국 직원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