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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논문소개

펩타이드 조립체를 이용한 단백질-단백질 상호작용의 저해

  • 작성자

    황현석(연세대학교), 구희범(가톨릭대학교), 권호정, 임용범(연세대학교)
  • 작성일자

    2024-03-07
  • 조회수

    756

펩타이드 조립체를 이용한 단백질-단백질 상호작용의 저해

Inhibition of protein-protein interactions using peptide assemblies

Journal of Controlled Release 366, 104–113 (2024)

 


 

 

황현석 : 연세대학교 신소재공학과 통합과정(tonyhhs@yonsei.ac.kr)

구희범 :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hbkoo@catholic.ac.kr)
권호정 : 연세대학교 생명공학과 교수(kwonhj@yonsei.ac.kr)

임용범 : 연세대학교 신소재공학과 교수(yblim@yonsei.ac.kr)

 

연구배경

 

 펩타이드 약물은 인슐린이 처음 사용된 1922년부터 현재 2형 당뇨병 및 비만 치료제로 각광을 받고 있는 GLP-1 호르몬 유사체(GLP-1 agonist)에 이르기까지, 높은 잠재적인 가능성을 인정받아 기초과학분야 및 응용의료분야에서 활발히 이용되고 있다. 이러한 잠재적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생체 내에서의 신속한 가수 분해(proteolytic digestion), 낮은 세포막 투과성(cell membrane permeability), 낮은 생체 이용률(bioavailability), 신장에서의 높은 제거율(renal clearance) 등과 같은 좋지 않은 약물동태학적(pharmacokinetics) 특성으로 인해, 펩타이드를 약물로서 실용화 시키는데 있어 많은 어려움이 상존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현재 상용화된 펩타이드 약물은 몇가지 소수의 호르몬 계열 펩타이드가 대부분이고, 이들을 약간씩만 개선하는 방식으로 개발하여 왔던 상황이다.

 생물체에는 단백질-단백질 상호작용(protein-protein interaction; PPI)이 일어나는 수많은 타겟이 있기 때문에, PPI는 약물 타겟으로 높은 잠재적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상호작용의 interface가 넓고 얕으며 또한 비정형화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기존의 소분자 약물(small molecule drug)로 저해하기에는 많은 제한 사항이 존재한다. 소분자 약물과 비교하여 펩타이드는 크기가 크고, 단백질과 유사한 화학 구조 및 2차 구조를 가지기 때문에 PPI 저해제로 알맞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펩타이드의 불리한 약물동태학적 특성은 펩타이드를 PPI 저해 약물로서 개발 하는데 있어 큰 어려움을 주고 있는 실정이다. 

 PPI는 비극성 표면을 통한 소수성 상호 작용을 결합의 주요 원동력으로 사용한다. 특히, PPI 인터페이스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핫스폿(hot Spot)은 대부분 소수성을 띠는 아미노산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많은 경우 알파나선(α-helix)의 형태로 존재해, 타이트하고 특이적인 PPI를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이에 펩타이드 라이브러리 스크리닝 기술을 활용해 PPI 인터페이스와 강력하게 상호 작용할 수 있는 알파 나선 기반의 펩타이드 약물을 찾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펩타이드 약물의 약물동태학적 단점을 개선 시키기 위해, PPI를 억제할 수 있는 알파나선을 포함하는 펩타이드 조립체(self-assembling depsipeptide nanostructure, SdPN)를 개발하였다. 즉, 기존의 단분자 펩타이드와 달리, 다수의 펩타이드가 자가조립(self-assembly)된 형태의 펩타이드 조립체를 약물로 이용하여 단분자 펩타이드 약물의 약물동태학적 단점을 개선하고자 하였다. 기존 연구들과는 달리, 펩타이드 빌딩블록을 매개로 하여 구조체를 이루는 SdPN은 높은 생체 안정성과 암 조직 타겟팅 능력을 가지며, 세포 안에 도달하면 주위의 환경을 인식한 후 자동적으로 생분해가 되어 PPI 저해 항암 펩타이드를 방출하는 스마트 약물 전달 시스템으로 고안되었다(그림1).
 

그림 1. PPI 억제 알파나선 펩타이드 항암제를 포함한 펩타이드 조립체(SdPN)의 작동 메커니즘.

연구결과

1. PPI 억제 알파나선 펩타이드를 구성요소로 포함하는 생분해성 펩타이드 조립체의 구성. 

 기존의 펩타이드 약물의 경우, 낮은 약물동태학적 특성으로 인해 liposome과 같은 나노구조체에 encapsulation/entrapment하는 방식으로 이용하여 왔던 반면, SdPN의 경우 PPI 억제 비극성 펩타이드를 나노조립체와 일체된 구성요소로 사용하여 약물 loading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해당 SdPN은 양친매성(amphiphile)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소수성 효과(hydrophobic effect)를 이용하여 구조적 안정성에 기인할 수 있는 비극성 부분과 암 조직 타겟팅을 유도할 수 있는 세포 투과 펩타이드(cell penetrating peptide, CPP)가 존재하는 친수성 부분으로 구성된다(그림 1). 비극성 부분의 경우, 트립토판으로 이루어진 비극성 코어 부분과 PPI 억제 알파나선 펩타이드 약물(MIP)이 서로 생분해성 에스터 결합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해당 에스터 결합은 암 세포 내 전달 이후 에스터 분해 효소(esterase)에 의해 분해되어 MIP를 방출할 수 있었다. 또한 SdPN의 단량체(monomer)는 친수성 부분의 종류에 따라 W5-MIP-RGD, W5-MIP-Tat로 구분되어 있으며, 6:4의 비율로 SdPN을 구성하여 암 세포로의 전달 효율을 극대화하였다(그림 2A). SdPN 내의 MIP의 구조적 안정성은 circular dichroism(CD) spectroscopy로 확인하였다(그림 2B). Dynamic light scattering(DLS) 데이터를 통해 SdPN이 219.9 ± 1.0 nm의 지름을 가지며 transmission electron microscopy(TEM) 데이터를 통해 SdPN이 구형 vesicle 구조를 유지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그림 2C, 2D).
 

그림 2. 생분해성 펩타이드 조립체의 구조적 특성. (A) W5-MIP-RGD와 W5-MIP-Tat의 비율에 따른 SdPN의 암 세포 사멸 효율 최적화 연구. (B) W5-MIP-Tat의 circular dichroism(CD) 스펙트럼. (C) SdPN의 dynamic light scattering(DLS) 데이터. (D) SdPN의 transmission electron microscopy(TEM) 관찰 이미지.
 

2. PPI 억제에 소분자 약물(small molecule drug)과는 차별화된 동역학적 특성을 보이는 SdPN

PPI 억제에 관련된 SdPN의 동역학적(kinetic) 특성을 관찰하기 위해, p53-MDM2 간의 PPI를 억제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소분자 약물인 idasanutlin과의 비교분석을 진행하였다. W5-MIP-RGD, W5-MIP-Tat이 6:4 비율로 구성된 SdPN은 idasanutlin과 비교하였을 때 비슷한 수준의 세포독성을 나타내었다(그림 3A). Immunoblot 분석을 통해 idasanutlin과 SdPN을 HCT116 p53+/+ 세포에 처리하여 p53의 발현 정도를 비교해보았을 때, idasanutlin의 경우는 처리한지 3시간 이후 p53 발현 정도가 증가하는 것에 반해, SdPN의 경우 처리한지 12시간 이후가 되어서야 p53 발현 정도가 증가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그림 3B). 이는 SdPN에서 펩타이드 약물인 MIP가 점진적으로 방출 됨을 의미하며, esterase assay를 통해 SdPN의 구조적 안정성이 이에 기여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그림 3C, 3D). 또한 Caspase activity assay를 통해 SdPN에 의한 p53의 활성 회복의 메커니즘으로 세포자살(apoptosis)이 유도되었음을 확인하였다(그림 3E). Cellular thermal shift assay(CETSA)를 통해 SdPN이 MDM2를 안정화 시키는데 직접적으로 관여하며, 세포 내에서 p53과 MDM2 간의 PPI를 억제한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그림 3F). 게다가 SdPN의 IC50 value가 idasanutlin 보다 3배 정도 낮은 것으로 확인되었다(그림 3G). 이를 통해 소분자 약물인 idasanutlin에 비해 MDM2에 3배 더 강력하게 결합가능한 MIP를 점진적으로 방출하는 SdPN의 약물 동역학적 특성을 확인하였다.
 

그림 3. HCT 116 p53+/+ 종양세포에서의 SdPN의 효능 및 작용 방식. (A) SdPN과 소분자 약물인 idasanutlin의 WST assay. (B) Imunnoblotting을 이용한 p53과 MDM2 발현의 동역학적 분석. (C) 37°C, phosphate 버퍼(10mM potassium phosphate, pH 7.4)에서의 SdPN의 에스터 결합의 생분해 검증. (D) 에스터 분해효소를 처리한 후 SdPN의 에스터 결합의 생분해 검증. (E) Caspase 3/7 assay 분석 (F) Melting Temperature(Tm) 분석을 위한 cellular thermal shift assay(CETSA) 데이터의 정량적 분석. (G) Isothermal dose-response CETSA(iso-CETSA)를 이용한 IC50 value 분석.

3. SdPN의 동물 모델에서의 종양 타겟팅 및 성장 억제

SdPN의 체내 환경에서의 항암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HCT116 종양 이종이식 마우스를 이용하여 실험을 진행하였다. SdPN과 idasanutlin을 정맥주사를 통해 마우스에 투여한 결과, 종양 성장이 억제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SdPN을 처리한 마우스의 경우 idasanutlin에 비해 종양 크기가 더 작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이를 통해 종양 조직을 효과적으로 타겟팅하고 억제 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그림 4A, 4B). 이는 in vitro의 결과와는 대조적으로 나타난 결과로, SdPN의 RGD를 통한 능동적 종양 억제와 enhanced permeability and retention(EPR) 효과로 인한 수동적 종양 억제가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킨 것에 기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형광 표지 물질인 sulfo-cy5.5를 결합한 SdPN을 이용하여 in vivo imaging을 수행한 결과, 암조직에서 SdPN의 형광이 오랫동안 축적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그림 4C, 4D). 결과적으로 SdPN이 in vivo에서 idasanutlin에 비해 더 효과적인 항암효과가 나타나는 이유는, SdPN의 구조적 안정성과 암 조직 타겟팅 능력으로 오랫동안 암 조직에 머무르며 점진적으로 펩타이드 약물을 방출하기 때문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림 4. 인간 종양 이종이식 동물 모델에서 SdPN의 in vivo 항암효과. (A) 정맥 주사 이후 종양 크기의 변화. (B) 투여 후 종양 질량의 변화. (C) 형광 표지 물질인 sulfo-cy5.5가 결합된 SdPN의 in vivo imaging system(IVIS)를 이용한 거동 추적. (D) IVIS 이미징 데이터의 정량적 형광 세기 분석. 

연구의 성과 및 의의

본 연구에서는 펩타이드 기반의 PPI 억제제를 나노조립체의 구조적 안정화를 위한 구성요소로 활용하는 동시에 생분해 되어 세포 내로 방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가진, 자가조립 펩타이드 나노 조립체(SdPN)를 개발하였다. Liposome을 활용하거나 펩타이드의 modification을 통해 펩타이드 약물의 낮은 약물동태학적 한계를 극복하려는 기존의 연구들과는 달리, SdPN은 순수 펩타이드 빌딩블록의 자가조립을 통해 펩타이드 조립체를 만들게 된다. 위에서 기술한 성공적인 연구 결과들을 통해서 SdPN의 효과적인 종양 타겟팅 능력과 비특이적 정상세포에 대한 부작용의 최소화 등의 성능을 입증하였으며, 이는 효과적인 표적 펩타이드 치료제 플랫폼의 잠재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SdPN의 각 구성요소들은 모듈화 되어있기 때문에, 현재 라이브러리 스크리닝을 통해 연구되고 있는 잠재적 비극성 알파나선 구조의 펩타이드 약물 후보를 쉽게 SdPN의 구성요소로 끼어 넣을 수 있다. 즉, 본 연구에서는 SdPN을 범용성 PPI 조절 펩타이드 약물의 전달 플랫폼으로 개발하여, 기존 단분자 펩타이드 약물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을 제시하였다. 이를 통해 기존에 실용화 하기 어려웠던 펩타이드 약물들을 성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장이 열리길 기대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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