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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 간 또는 장기 간 상호 작용에 기반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의 기전 규명 및 치료제 개발 연구
작성자
이용호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작성일자
2022-12-21조회수
5242세포 간 또는 장기 간 상호 작용에 기반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의 기전 규명 및 치료제 개발 연구
이용호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내과학교실
yholee@yuhs.ac
1. 서론
전 세계적으로 비만화 및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NAFLD, non-alcoholic fatty liver disease)의 유병률은 국가에 따라 10~35% 정도로 추정되고 있으며, 최근 서구화된 식습관 및 비만, 대사증후군, 당뇨병 등의 대사성 질환의 급증으로 인하여 우리나라에서도 비알코올성 지방간 및 지방간염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2022년 대한당뇨병학회 지방간연구회의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의 유병률이 약 37%로 추산되며, 향후 이 수치는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은 과도한 음주나 지방간을 유발할 수 있는 약물 (스테로이드 등), B형 또는 C형 간염 등과 같은 이차적인 원인이 배제된 상태에서 조직학적 또는 영상학적 방법을 통해 간세포의 5% 이상이 지방으로 축적되어 있는 상태일 때 진단할 수 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은 단순지방간(simple steatosis), 지방간염(steatohepatitis), 간경화 (cirrhosis) 등의 다양한 질환을 총괄하여 지칭하는 넓은 스펙트럼의 질환군이다 (그림1).
그림 1.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의 진행 경과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은 간경화, 간세포암의 주요 위험 인자로 잘 알려져 있을 뿐만 아니라, 2021년 NEJM 논문을 통해 NASH Clinical Research Network (CRN) 연구팀은 대규모의 다기관 전향적 코호트 연구 분석을 통해 지방간염을 동반한 환자들이 간과 관련된 합병증보다, 심혈관질환의 발생 및 이로 인한 사망의 비율이 훨씬 많음을 보고하였다. 특히 이러한 질환의 발생에 있어 간섬유화(liver fibrosis)의 중증도가 결정적인 요인임을 확인하여, 간섬유화의 개선이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환자의 치료에 핵심적인 요소라는 사실을 검증하였다.
2. 아직까지 치료제가 없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에 대한 가장 중요한 미충족 수요는 아직까지 FDA 공인된 치료약제가 없다는 점이다. 미국, 유럽, 한국 등에서 발간된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에 대한 진료 지침에 따르면,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 중에서 합병증의 발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지방간염까지 진행된 상태에서 치료를 권고하고 있지만, 식이 및 운동 요법을 통한 7~10% 이상의 체중 감량이 현재까지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조직학적으로 지방간염이 진단된 환자에서는 강력한 인슐린 저항성 개선약물인 thiazolidinedione계열의 pioglitazone을 사용해볼 수 있지만, 체중 증가 등 부작용이 있으며, 당뇨병이 없는 지방간염 환자에서는 항산화제인 비타민E 고용량을 고려해볼 수 있지만, 메타분석 연구를 통해 비타민E 복용군에서 사망의 증가 가능성이 보고되어, 사용의 주의를 요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전 세계적으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을 치료하기 위한 약물의 개발이 매우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의 병인 기전에 대한 매우 다양한 타겟들을 제어하기 위한 약물이 개발되어 임상 1~3상 시험을 진행 중에 있지만, 현재까지 거의 모든 약물이 유의한 효과를 입증하지 못하고 실패 또는 임상 중단을 하게 되었다. 가장 가능성이 높아보였던 담즙산 경로에 관련된 farnesoid X receptor (FXR) agonist인 Obeticholic acid는 확대 임상 3상 시험을 통해서도 성공하지 못하였고, PPARα/δ agonist 인 Elafibranor, fbroblast growth factor 19 (FGF19) analog, ASBT inhibitor 인 Volixibat, Mitochondrial pyruvate carrier inhibitor 인 MSDC-0602K, Dual CCR2/CCR5 antagonist 인 Cenicriviroc, Pan-caspase inhibitor 인 Emricasan, ASK1 inhibitor 인 Selonsertib, Galectin-3 inhibitor 인 Belapectin 등도 임상 2~3상에서 고배를 마시게 되었다 (그림 2). Pan-caspase inhibitor의 경우, 오히려 placebo 대조군에 비해 치료군의 결과가 더 악화되는 양상을 관찰하게 되어, 단순히 지방간염의 병인으로서 생각되었던 세포 사멸에 대한 하나의 경로만 억제할 경우, 예측하지 못하였던 다른 경로의 악화를 야기하여 오히려 지방간염을 악화시킬 수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예라 하겠다.
현재 비만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는 glucagon-like peptide 1 (GLP-1) receptor agonist인 semaglutide의 경우, 2상 임상에서 지방간염의 조직학적 개선 효과를 유의하게 달성하여 치료제 성공의 가능성을 높였지만, 체중감소 효과만으로는 간 섬유화의 개선을 달성하지 못하여 후속 연구 결과를 지켜보아야할 것으로 생각되며, 최근 갑상선호르몬 수용체β agonist인 resmetirom에 대한 3상 임상 시험인 MAESTRO-NASH 연구가 처음으로 지방간염의 조직학적 개선 및 간 섬유화의 개선 효과를 유의하게 입증한 결과를 발표하였지만, 그 효과가 25~30%에 불과하여 단독요법으로서 미국 FDA의 승인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림 2. 현재 개발 중인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약제들의 기전과 타겟
대규모 지방간염 임상시험의 연속된 실패 속에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의 복잡한 병인에 대하여 단순히 하나의 타겟으로 치료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이 점점 늘어나면서, 다양한 병인 기전을 타겟하는 병합요법에 대한 접근이 최근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 간의 공동연구를 통한 과거 임상에서 실패한 약물들을 활용한 상호보완적인 타겟 약물간의 병합요법 또는 이중/삼중 타겟 물질들을 개발하여 지방간염에 대한 치료효과를 높이려는 전략이다. 예를 들면, PF-05221304 (ACC inhibitor) 와 PF-06865571 (DGAT2 inhibitor) 간의 병합, Semaglutide (GLP-1 agonist), Firsocostat (ACC inhibitor), Cilofexor (FXR agonist) 간의 3제 병합, Cilofexor, Firsocostat, Selonsertib (ASK1 inhibitor) 간의 3제 병합, Tropifexor (FXR agonist)과 Cenicriviroc (CCR2/CCR5 antagonist) 간의 2제 병합 등이 전자의 예이며, 이중/삼중 타겟 물질들로는 Tirzepatide (Dual GIP [glucose-dependent insulinotropic polypeptide] and GLP-1 Receptor agonist), Cotadutide (Dual GLP-1 and Glucagon agonist), HM15211(GLP-1/GIP/Glucagon triple agonist) YH25724 (GLP-1 and FGF21 agonist), BI456906 (Dual GLP-1and Glucagon Agonist) 등이 있다. 병합요법의 조합을 보면, GLP-1 receptor agonist가 대부분의 조합 중의 하나로 포함되어 있어, 지방간염의 치료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체중감소, 식욕억제, 인슐린 저항성 개선 등에 대한 뛰어난 효과를 가지고 있는 GLP-1 호르몬이 훌륭한 치료 타겟 중 하나임을 알 수 있다.
3. Inter-cellular / Inter-organ crosstalk 을 통한 지방간염 치료 가능성 제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의 병인 기전으로 간세포의 인슐린저항성, 지방독성(lipotoxicity), 세포 사멸, 쿠퍼세포/대식세포의 염증성 사이토카인 등 물질 분비, 간성상세포의 섬유화 표현형으로의 변화, 세포독성 CD8 T 세포의 증가 등 다양한 간 내 세포들의 역할 및 세포들 간의 상호작용이 연구되고 있다. 본 연구실은 지방간염에 대한 병인 기전 및 치료제 발굴을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간세포와 대식세포에서의 자가포식(autophagy) 활성 감소와 NLRP3 inflammasome 활성화에 의하여 지방간염이 악화되고 이를 조절할 수 있는 ezetimibe이라는 약물이 지방간염을 개선시킬 수 있음을 2017년 Autophagy에 발표한 바 있다 (그림3, 좌). 특히 간세포에서 분비되는 엑소좀이 대식세포의 NLRP3 inflammasome을 조절할 수 있음을 밝혀 간 내 세포들 간의 상호작용의 중요성을 규명하였다. 이러한 기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실제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 환자에서의 치료효과를 입증하기 위하여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 (Randomized Controlled Trial)을 구상하여 6개월간 약물 치료를 진행하였고, 지방간의 호전을 평가하기 위해 가장 정확한 MRI-PDFF 영상촬영을 시행하여 분석한 결과 유의한 지방간 개선 효과를 입증할 수 있었다 (그림3 우).
그림 3.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에 대한 Ezetimibe의 작용기전 (좌) 및 임상시험 치료 효과 (우)
이러한 세포 간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미시적인 접근과 더불어, 장-간-지방 축 (intestine-liver-adipose tissue axis) 과 같이 인체 내 장기 간의 상호작용을 통한 지방간염 병인 기전 연구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림). 내장지방(visceral fat)은 피하지방(subcutaneous fat)에 비해 lipolysis가 잘 일어나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비만 환자의 증가된 내장지방은 lipolysis에 의하여 유리지방산을 혈중으로 분비시키며 간문맥을 통해 간으로 유입된 지방산은 지방간의 원료가 된다. 비만 및 지방간 환자의 장 조직을 분석한 결과, 장 상피세포 간의 tight junction 단백질의 감소 및 기능 이상으로 장의 구조적 결함이 발생하여 장의 투과성(permeability)이 증가하고, 장관 내 존재하는 다양한 장내 미생물의 분비하는 lipopolysaccharides (LPS)와 같은 독성물질이 손상된 장 상피층을 투과하여 간으로 유입되고, 그로 인해 간에 존재하는 다양한 면역세포의 염증성 면역반응을 악화시키게 된다. 최근에는 인체 지방간염 및 간경화 환자의 장내 미생물 (gut microbiome) 분석을 통해 분포의 차이를 발견하고, 장내 미생물의 변화가 지방간염 및 간 섬유화를 악화시킬 수 있는 동물 실험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어서, 장내미생물이 지방간염 치료의 새로운 타겟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림 4.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발생에 있어서의 장-간-지방 축 역할
본 연구실은 이러한 지방간염의 병인 기전으로서 장-간-지방 축의 영향을 입증하고, 이를 타겟으로 한 지방간염 약물을 개발하고 그 작용 기전을 규명하는 연구를 최근 수행하였다. 2형 당뇨병 및 비만의 효과적인 치료 타겟으로 잘 알려진 GLP-1과 장의 구조를 회복시키고, 항염증 작용이 뛰어나서 단장증후군의 치료 타겟으로 최근 신약으로 사용되고 있는 GLP-2 수용체에 대한 이중표적 Fc 기반의 단백질을 합성하여, 대사 질환 및 비만을 제어하는데 뛰어난 효과를 보이는 GLP-1의 특성과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의 주요 병인 기전 중 하나인 장 조직의 기능적/구조적 손상에 대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GLP-2의 특성이 하나의 단백질에서 잘 나타나는지 동물 및 세포실험을 통해 확인하였다 (그림5).
그림 5. GLP-1과 GLP-2 수용체에 대한 이중표적 단백질의 작용 개념도
콜린결핍, 고지방/고과당(fructose) 식이를 16주간 투여하여 지방간염을 유발시킨 마우스 모델에 GLP1-Fc, GLP2-Fc, GLP1/2-Fc 단백질을 각각 4주간 피하로 투여한 결과, GLP1/2-Fc 단백질 군에서 체중 감소, 혈당 및 인슐린 저항성, 당내성 등의 대사 지표가 유의하게 개선됨을 관찰하였다. 또한 간내 중성 지방, 혈중 ALT, 간 섬유화 지표 등이 GLP1/2 이중표적 단백질 군에서 더욱 호전되었으며, 이들 군의 소장 길이 및 무게, 세포밀착연접 (tight junction), 미세융모의 길이 등이 증가하는 현상을 확인하였다. 그 결과 장 투과도가 개선되고 장내미생물에서 유래된 지질다당질(LPS)의 혈중 농도가 감소하고, 간내 염증 및 섬유화 관련 유전자의 mRNA 발현이 억제됨을 관찰하였다. GLP1/2 이중표적 단백질을 투여한 마우스의 장내미생물 분석 결과 Akkermansia등 많은 균주의 프로파일이 변화함을 확인하였고, GLP1/2-Fc 단백질의 치료효과가 장내미생물의 변화에 매개하는지 증명하기 위하여 분변이식 실험을 진행한 결과, GLP1/2-Fc 단백질에 의해 개선된 장내미생물이 부분적으로 지방간염에 치료효과가 있음을 확인하였다 (그림6).
그림 6. GLP-1/GLP-2-Fc 이중표적 단백질의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 기전 모식도
4. 결론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병인기전을 통해 발병하는 대사 질환으로 이러한 병인의 특성으로 인하여 최근까지 단일 치료 기전을 타겟으로 개발이 된 신약들이 임상 2-3상에서 치료효과를 증명하지 못하고 대부분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여러 제약사에서 GLP-1을 기반으로 다양한 종류의 이중/삼중 표적 단백질이 개발되고 있는 상황에서 본 연구진은 GLP-2이라는 장을 타겟으로 한 호르몬의 지방간염에 대한 효과 및 장내 미생물 조절이라는 새로운 기전을 규명하여, 향후 지방간염에 대한 치료제 개발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었다. 인체 지방간염의 multifactorial 한 병인기전과 heterogenous 한 표현형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를 통해 질병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이루어진다면, 이를 바탕으로 지방간염을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좋은 tool이 개발될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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